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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눈떠보니 선진국
    Read & Write 2021. 8. 28. 14:41

    IT 전문가가 짚어주는 한국 사회가 나아갈 길

    이런 책은 사실 리뷰하기는 어려운 책이다. 하나의 명징한 주제가 관통되어 있다기보단 저자의 여러가지 주장이 총망라 되어있는 논문집같은 느낌.

     

    각각의 주장들이 모두 깊게 고민하고 곱씹어볼만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특히 내가 이 문제들에 깊게 공감하고 있기에 더욱더 가볍게 훑고 넘어가고 싶지 않다.

     

    하지만 매일 바쁜 일상을 산다고 핑계를 다는 나란 사람은 충분히 곱씹어보자고 해놓고 금세 다른것들에 빠져 곱씹기는 커녕 꿀꺽 삼켜 소화시킨 척을 할것을 알기에, 아주 일부나마 정리를 해놓고 글귀들을 인용해 놓고자 한다.

     

    책은 총 3부로 되어있다. 1, 2부에선 '눈을 떠 보니 선진국이 되어버린 우리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다룬다. 서른이 넘어서도 아침저녁으로 키를 재고 있는 것 같은 경제지표들 바꾸기, 한국 사회 전체에 풍부하게 쌓여가는 신뢰자본을 제대로 쓰는법, 공론을 만들어내는 정치가를 키우는법, 경로의 저주 벗어나기와 같은 것들이다.

     

    3부에서는 인공지능, AI를 다루었다. 본 리뷰에서는 1, 2부 내용을 주로 정리할 것이다.

     

    1부. 선진국의 조건

     

    한국은 세계 최고의 후발추격국이었다. 한국 전쟁의 잿더미 위에서 미친 속도로 앞선 나라들을 따라잡았다. '무엇을', '왜' 해야 하는지는 물을 필요는 없었다. 언제나 베낄것이 있었고, 선진국의 앞선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 남은 질문은 단지 '어떻게' 뿐이었다. 정답은 늘 '밖에서 주어지는' 것이었다. '왜'라고 물어본 적 없이 수십 년을 '어떻게'를 풀며 여기까지 왔다.

    선진국이 된다는 것은 '정의'를 내린다는 것이다.

    해답보다 질문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때 우리는 선진국이 될 수 있다.

    이제는 경제 지표를 GDP만을 보는건 안되고, 중산층 비중을 경제 지표로 삼아야한다. 사람이 사춘기때나 키를 재지, 서른이 넘어서 아침저녁으로 키를 재지 않는것과 같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지상낙원이던 시절이 있다. Great Compression. 중산층이 가장 많던 시기. 1930년대 뉴딜정책이 시행되고 사회 복지제도가 도입된 이후부터 1970년대 말, 부와 소득의 불평등이 다시 악화되기 시작한 시점 전까지이다. 이후 시기는 레이건이 집권하고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빈부격차가 끝없이 벌어진 시기. Grate Divergence. 말하자면 "고장나지 않은 것을 고쳐버린 시대". 트럼프라는 시대적 파퓰리스트가 급기야 미국의 대통령까지 될수 있었던게 바로 이런 분열 때문이었다. 코로나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미국, 텍사스주의 전력 부족 사태. 이런 것이 GDP만을 유일한 지표로 놓는 사회의 특징이다.

     

    OECD는 "낙수 효과가 아니라 불평등 해소가 성장의 지름길이라는 사실이 명백해졌다"면서 "불평등을 빨리 해소하는 국가가 빨리 성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낙수효과를 믿는 사람이 있을까? 제발 내 주변에는 없길 바랄 뿐이다.

     

    우리 정부의 경제정책은 여전히 GDP 중심이다. 지난해 말 발표한 2021년도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을 보자. BIG3 성장동력화를 통한 제조강국 진입, 110조원 규모의 공공/민자/기업투자프로젝트, 철저한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통한 안정적 경제 운영... 발전기 시대의 낯익은 캐치프레이즈들이 문구를 바꿔가며 나열된다.

    이중에서 저출산 5대 핵심과제를 보자. '부부 육아휴직 활성화, 영아수당 신설, 첫 만남꾸러미, 공공보육 확충, 다자녀 지원 확대'. 이중에서 우리가 처음 듣는게 있나? 최근 몇 년간 열심히 해왔던 일이다. 그래서 출산율이 올라갔나?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 '똑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면 미친 사람' 이라고 한건 아인슈타인이다.

    현대 한국인의 문해 능력은 세계 최하위라고 한다. 상대의 얘기를 경청하거나 토론하고 합의안을 찾는 것, 타협하는 법은 우리 입시 교육에는 빠져있다.

     

    신뢰 자본

    우리나라의 신뢰 자본을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는 사라진 지하철 검표원이다. 무임승차를 일일이 검사하지 않되 걸리면 30배의 과태료를 물리는 이 방식이 신뢰 자본을 제대로 쓰는 사례다. 근데 우리나라의 신뢰 자본 사례는 여기서 끝난다. 즉 마치 일일이 검표를 하면서 모든 승객에게 불편을 주면서, 심지어 무임승차하다 걸리면 그냥 용서해주는 느낌이다.

     

    경제사범 통계를 보니까, 범행 액수가 클수록, 직위가 높을수록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집행유예 참작 사유란게 있는데, 법원들은 이걸 판결문에 제대로 쓰지도 않는다고 한다. 그냥 내키는대로 풀어주는 것이다.

     

    어디서 보니까 우리나라는 사기공화국이라고 한다. 사기범죄가 판을 친다는 소리다. 근데 처벌도 아주 가볍다. 한국사회는 남을 등쳐먹어야 성공하기 쉬운 사회다. 사기를 안칠 이유가 없다.

     

    셰익스피어가 필요한 때

     

    현대 우리 글은 만들어져 가는 중이라고 한다. 주요 언어들은 독일어가 마틴 루터가 교황청 제지를 무릅쓰고 라틴어 성경을 독일어로 번역한 것 같은 계기를 맞아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현대적 모양새를 갖추게 되는데, 한글은 조선말에서 개화기로 넘어오면서 이런 발전기를 가지지 못했다. 오랫동안 한자에 밀려 언문으로 불리다 일제강점기를 맞은 것이다. 그 결과 중 하나가 번역 문체가 판을 치는 현상이다.

     

    또 시대착오적인 어려운 한자말을 굳이 방송에서 쓸 이유가 없다. 구제역? 신병을 확보하다? 풀어서 말하는게 훨씬 낫다.

     

    영어는 기본적으로 웬만한 개념들은 풀어서 말한다. 쉬운 단어들만 가지고도 대화가 된다. 우리말도 그래야 한다.

    문법은 사후정리라고 한다. 말과 글이 먼저고, 문법은 나중이다.

    대한민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 정체성과 제도들이 기실 모두 한글과 비슷한 발전경로를 밟아왔고, 그런 점에서 제각기 나름의 어설픈 '번역문체'들을 가지고 있다.

     

     

    2부. 고장난 한국 사회

     

    한 사회의 골격은 그 사회의 인센티브 시스템, 즉 상벌체계에 따라 결정된다.

    • 많이 떼먹을수록 상을 준다. '화이트칼라 범죄'
      • 앞에서 말했듯이 직위가 높을수록, 많이 해쳐먹을수록 형이 낮다.
    • 사람을 죽이는 편이 싸다. '산업안전법'
      • 산재로 신나게 사람을 죽여도 책임자들은 거의 솜방망이 처벌이다. 특히 회사 책임은 거의 없다.
    • 강남 땅값은 왜 오르기만 할까. '온 동네가 역세권'
      • 어떤 정권이든 강남 땅값을 잡겠다고 말만 한다.
      • 재산공개 범위에 드는 고위공직자 40%가 강남의 노르자 땅에 집을 갖고있다.
      • 메시지는 분명하다. 강남 땅값은 불패다.
    • 노력하면 벌을 내린다. '임대차보호법'
      • 세입자가 정말 열심히 잘해서 고객을 끌면 건물주가 월세를 3배 올린다. 젊은 청년들이 창업보다 코인의 불바다로 뛰어드는건 당연한 구조다.
    • 출산율이 떨어진다고? '성형 수술을 하라니까'
      • 산부인과는 대표적인 기피과 중 하나다. 최고의 인재들은 줄줄이 성형외과, 피부과, 공무원으로 투입된다.
    • 공시족들은 왜 이렇게 많은가. '부실한 사회 안전판'
      • 한국의 노인자살률은 세계 최고다. 늙으면 그냥 죽어야한다. 이것이 주는 메시지는? 각자 도생해라. 꿈과 희망이 무엇이든간에 어떻게든 노후를 보장해주는 공무원 시험을 쳐라. 도전을 하다 실패하면 비참한 노후밖에 남지 않는다.
      • 한국의 대기업 노조들이 강성이고 이기적이라는 지적들이 있다. "회사가 전쟁터라고? 밀어낼 때까지 그만두지 마라. 밖은 지옥이다." 미생의 명대사는 그 이유를 알려준다.
    • 선정적인 기사를 내놓아야한다. '포털의 보상, 클릭 수에따라 돈을 매긴다'
      • 포털에서 뉴스를 공급하는 이상 인공지능을 쓰든, 편집자가 개입을 하든, 그런건 다 부차적이고, '클릭을 받은 만큼 돈을 준다' 라는게 유지되는 한 그냥 언론은 계속 이상태일 것이다.

     

    AI 시대의 교육

    기본이 없고, 움직임이 없고, 근거가 없는 한국 교육

     

    한국 야구선수들은 유소년시절부터 어깨 근력을 기르는 대신 변화구를 연습한다. 그러니 나이를 먹고서 한계를 뛰어넘을 수 없다. 어릴때는 야구만 하기보다 오히려 다른 운동들을 하면서 반응속도, 근력, 시각능력을 키워야 한다. 

    진짜로 배우고 가르쳐야 할 것은 혼자서 공부하는 방법이다. 

     공교육도 마찬가지다. OECD의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실질문맹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한다.

    OECD의 연구 담당자는 "책을 읽지 않은 채로 나이가 들면 독해력이 크게 떨어진다" 라고 설명했다. 너무 어릴 적에 변화구를 익힌 결과 막상 성인이 되어서는 강속구를 던질 수 없게 된 야구의 경우와 흡사하다.

    '읽기', '듣기', '말하기' 모두 교육이 잘못되어있다. 

     

    결국 AI시대 교육은 어떻게 되어야 할까? 컴퓨팅적 사고는 어떻게 길러야 하는가?

    따라서 '경청하기'와 '논리적으로 말하기'는 AI에 필수적인 역량이 된다. 문제를 의식하고 되짚어 중요한 오류를 찾아내는 것(디버깅), 상대의 요구를 듣고 관찰해 세밀하게 이해하는 것(요구사항명세), 있을 수 있는 경우를 생각해 그려보는 것(사용자 시나리오), 반복되는 일에서 공통점을 찾아내는 것(알고리듬) 들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게 말하자면 AI교육의 핵심이 된다.

     

    경로의 저주

    사람이 길을 만들고, 길이 사람을 만든다.

     

    경로의존성 이란? 과거에 만들어진 제도, 구조, 규격 따위가 현 시점에서는 최선이 아닐 수 있음에도 그것을 계속 사용하는 것.

    예를 들면 영국의 왼쪽으로 가는 차 같은 것. 혹은 일본의 인장제도문화보존연맹을 비롯한 도장 문화 같은 것.

    또 있을까? 나무위키에 찾아보았는데, 매우 다양한 사례들이 나온다. 한가지 충격적인 것은 대표적인 경로의존성으로 생각하던 쿼티자판은 오히려 경로의존성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 밖에 gif나 한글의 한글자씩 한자 변환하는 것도 경로의존성이라고 하는 부분이 흥미롭다.

     

     또한 경로 독점이라는 것도 있다. 국도변에 하나밖에 없는 휴게소, 나루터의 주막, 모회사의 공급을 독점하는 재벌 자녀들이 차린 자회사같은 것들이다. 이러한 경로 독점들은 결국 무너지게 되어있다.

     

     현대 한국 사회에도 많은 경로 의존성과 경로 독점이 있다.

    한국 신문사들은 소셜미디어의 시대에 적응 못하고 미래가 없는 상태. 여기서 어떻게? 무엇을? 이라는 질문을 할 때가 아니라 왜? 라는 질문을 할 때이다. 

    법원의 판결문 미공개도 있다. 미국, 영국, 네덜란드와 같은 선진국들은 판결문을 24시간, 1주일 내로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판사들의 빈약한 근거에서 비롯한 주장들로 인해 판결문 공개를 못하 있다. '전관 비리'에 대한 통계를 숨기고 싶은 것이다.

    검사의 기소 독점도 일종의 경로 독점이다. 일제 시대 이래 편법으로 만든 제도가 반성 없이 여기까지 와버렸다. 민주주의의 기본은 견제와 균형인데, 검사의 기소 독점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에도 맞지 않는다. 또한 검찰이 자체 인지했거나 독자적으로 기획한 수사의 경우 무죄율이 일반 사건의 5배가 된다. 즉 수사를 잘 하지도 못한다.

     

     경로의존은 내지 않아도 될 비용을 내게 만든다. ...(중략)... 모든 경로 독점은 무너지게 되어있다. 기후가 바뀌고 지질이 바뀌면 바뀐 물길은 다른 곳으로 흐른다. ...(중략)... 최악의 경우는 경로의존이 경로독점과 결합하는 경우다. 후손들을 위해서라도 바뀐 물길을 찾아 떠나야 한다.

     

     

    3개의 질문

     

    우리는 왜 오래된 맛집이 드물까?

     

    일본은 몇백년씩 된 노포들이 많다. 우리나라는 불가능하다. 우리나라 장수 맛집들의 비결은? 바로 '자가 점포'. 즉 우리나라 맛집은 아무리 잘해도 임대료가 점점 올라서 오래가지 못하고 결국 쫓겨나게 되어있다. 일본은 우리나라의 '임대차보호법'에 해당하는 '차지차가법'이란 것이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함부로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되어있다.

     

     

    우리 정치는, 혹은 초선은 왜 이리 구리지?

     

     독일은 2차대전 이후 '히틀러가 다시 나오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가 가장 큰 숙제였고, 이념과 정파를 떠나 사람들이 모여 토론 후 '보이스텔바흐 협약' 을 내놓는다. 결론은 '성숙한 시민' 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독일은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정치를 가르친다고 한다. 정치교육이란 별게 아니다. 자신의 권리를 인지하고, 남들과 타협하거나 연대를 갖출줄 알고, 갈등의 사회적 기능을 인식하는 능력과 적합한 사상을 선택함으로써 갈등의 해결에 참여하려는 자세 등, 결국엔 현대 사회의 시민으로써 꼭 필요한 역량들을 기르는 것이 정치교육이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은 28살부터 의회 선거에 도전하고 30살에 상원의원이 되어 정치를 해왔다. 그리고 현재 미국 역사상 가장 나이가 많은 미국 대통령이 되었다. 왜 한국 사회는 전문직으로써의 정치를 인정하지 않을까? 미디어에 좀 나와서 인기좀 얻고, 판검사로 경력좀 쌓았으면 바로 믿어버린다. 이런사람들이 과연 정치를 잘할까?

     

    우리 초선들이 많은 경우 구린 느낌을 주는 것은, 이런 과정들이 없이 선거철이 닥치면 '남의 밭에서 무 뽑아 오듯' 느닷없이 정치를 시키기 때문이다. 전형적인 '쇼윈도 정치'다. 그러니 평생 살면서 '공론화'를 해본적이 없는 사람이 많다. ...(중략)... '공론화를 통한 합의' 라는 정치의 본질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왜 이렇게 구속되는 군수가 많을까?

     경남 함양군은, 군수에 오른 사람들이 4연속으로 비리로 구속되는 멋진 기록을 세웠다. 우리나라 지방 기초자치단체들은 거의 비리의 온상들이다. 왜그럴까? 한 기사는 단체장과 공무원의 결탁, 좁은 지역에서의 학연과 지연, 그리고 실종한 '감시의 눈'을 지적한다. 

     

     책에서는 우리나라도 '전문직 정치인'들을 지방에서부터 길러내자고 주장한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처럼, 우리나라도 초선의원들을 지방 자치단체에서부터 전문직으로써 길러내면 미래에는 마치 바르셀로나의 명문 축구 구단처럼 전문 정치인들을 길러내는 시스템이 될수 있지 않을까

     

     

     

    우선 여기까지 정리한다. 책의 뒷부분도 시간이 난다면 또 정리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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