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s Rosling - Factful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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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회사 동기의 추천을 받아 전자책을 사놨다가 일주일 넘게 묵힌 후에야 읽게 된 책.

 

사실 표지만 보고 대책 없이 데이터를 들이밀며 세상이 좋은 곳이라고 말하는 막무가내 긍정주의 내용일 거라 어림짐작해서 쉽사리 손에 들리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긍정주의보다는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는 방법에 대한 내용으로 보였고, 내가 나 자신과 대중, 그리고 세상을 관찰하며 비이성적이라 여겼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다. 책에 나온 나라 별 문화에 대한 선입견을 깨기 위한 웹사이트(www.dollarstreet.org) 도 흥미로웠다.

 

세상에 쌓인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하는 데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볼 만한 책이다.

<팩트풀니스>

팩트풀니스

이 책에서는 사람이 세상을 사실과는 다른 모습으로 받아들이게 만드는 10가지 본능을 소개한다. (사실 이렇게 많은 분류로 나누기에는 본질적으로 비슷한 부분이 있지 않나 싶긴 하다.)

 

그중 하나는 간극 본능이다. 이 간극 본능을 소개하며 저자는 다양한 나라들을 개발도상국과 선진국으로 나누고, 두 집단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해 개발도상국은 선진국으로 넘어갈 수 없다는 선입견을 지적한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과는 달리, 소득 수준은 더 많은 분류로 나눌 수 있고(책의 예시에서는 4단계) 인류는 모두 가장 첫 번째 단계, 그러니까 가장 가난한 단계에서 시작했다. 그리고 많은 나라들이 점점 더 높은 단계로 올라가고 있다.

 

간극 본능은 분할을 연상케 하지만 알고 보면 완만한 다양성에 불과하고, 차이를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수렴하는 차이며, 갈등을 연상케 하지만 사실은 합의에 이르는 갈등이다. 여러 본능 중 간극 본능을 가장 먼저 거론하는 이유는 이 본능이 무척 흔하고, 데이터를 근본적으로 왜곡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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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일반화 본능과도 관련이 있는데, 선진국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국가들을 전부 하나의 범주로 일반화하고, 언론에서 보여주는 가장 극단적인 결핍으로 일반화하는 실수를 저지르기가 쉽다. 일반화 자체는 사고하는 데에 있어 필수적이지만,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왜곡할 수 있다. 이런 실수는 특히 사업에서 위험하다. 

 

세계 인구 대다수가 물건을 전혀 살 수 없을 정도로 여전히 가난하다고 오해하는 사람은 세계 역사상 가장 큰 경제적 기회를 놓친 채 유럽 대도시에 사는 부유한 힙스터에게 특수 '요가' 생리대를 파는 데 마케팅 비용을 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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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본능은 부정 본능이다. 이것은 네 번째로 나오는 공포 본능과도 엮을 수 있을 것 같다. 

 

여기에서는 부정적인 소식이 더 쉽게 전파된다는 점을 말하며, 때문에 점진적인 개선은 눈에 잘 띄지 않고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알기 힘들다. 그리고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것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쁜 것은 별개라는 것을 일깨워준다. 따라서 언론으로 전해지는 부정적인 소식만을 귀담아들으면 안 되고, 공포에서 벗어나 판단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당연한 이야기인데, 요즘은 이런 원칙을 지키기가 어려운 것 같다. 코로나가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상황에서 질병과 백신에 대한 온갖 음모론과 가짜 뉴스가 나돌고, 그중 대부분은 터무니없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동조한다. 더군다나 바이러스나 백신에 대해 밝혀진 것이 많지 않아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기가 더 힘들다.

 

한때 우리 조상의 생존을 도왔던 공포가 오늘날에는 언론인을 먹여 살리는 데 일조한다. 이는 언론인의 잘못이 아니며, 그들이 바뀌기를 기대해서도 안된다. 그런 상황은 뉴스 생산자의 '언론 논리' 때문이라기보다 뉴스 소비자의 머릿속에 있는 '주목 논리' 탓이 더 크다. 주요 뉴스 이면의 진실을 제대로 들여다보면, 공포 본능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왜곡하는지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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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로 소개하는 단일 관점 본능도 개인적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전문성은 시야를 좁게 만들 수 있다. 나는 개발자라는 이유로 모든 문제를 기술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책에서는 이것을 '망치를 들면 모든 것이 못으로 보이는 현상'으로 말한다. 이렇게 되면 해결책에 매몰되어 정작 문제의 본질과는 멀어질 수 있다. 다른 분야의 생각도 마다하지 말자.

 

가치 있는 전문성을 지닌 사람은 그 전문성을 활용할 곳을 찾고 싶어 한다. 그래서 전문가는 더러 어렵게 얻은 지식과 기술을 본래의 활용 영역을 넘어선 곳에도 적용할 방법을 고민한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은 수에 집착하고, 기후 활동가는 틈만 나면 태양에너지를 강조한다. 의사는 예방이 더 나을 법한 경우에도 치료를 장려한다.

훌륭한 지식은 해결책을 찾는 전문가의 능력을 방해할 수 있다. 여러 해법이 모두 그 나름대로 특정 문제를 훌륭히 해결할 수 있겠지만,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해법은 없다. 따라서 세계를 다양한 시각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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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가 일어나면, 사람들은 보통 비난할 대상을 찾고 싶어 한다. 한 명만 희생자로 몰아 비난하는 것이 복잡한 세상에서 진짜 문제를 찾아내는 것보다 쉽다. 이런 것을 책에서는 비난 본능이라고 말한다. 이 본능 역시 우리 힘을 필요한 곳에 사용하지 못하게 만든다. 좋은 상황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이 잘 될 때에도 주인공 한 명의 공으로 돌리기 쉬운데, 우리 생각보다 훨씬 많은 요소들이 작용해 결과를 만든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세계의 중요한 문제를 이해하려면 개인에게 죄를 추궁하기보다 시스템에 주목해야 할 때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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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원 정도 하는 시술 하나를 받기 위해 피부과에 갔다가, 이벤트 중이라며 결정을 재촉하는 실장의 말에 네 가지 시술을 묶어 29만 원을 결제한 적이 있다. 결정을 재촉하니 마치 그 시술들이 다 필요한 것만 같았고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결제하고 나오자마자 당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 실장은 자기 일을 훌륭히 했고 시술도 잘 받았고 효과도 있었다) 나는 거절을 잘하는 편이라고 자부하는데도 이런 식으로 재촉하면 판단력이 흐려지고,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리게 된다. 이것은 다급함 본능이라고 한다. 

 

맹수가 내 앞에서 날 바라보고 있는 게 아닌 이상, 바로 판단을 내려야 하는 일은 흔치 않다. 어떤 결정을 해야 할 때는 시간을 갖고 정보를 더 찾아보자.

하지만 즉각적 위험은 거의 사라지고 좀 더 복잡하고 대개는 좀 더 추상적 문제를 마주하는 요즘, 다급함 본능은 주변 세계를 이해하는 데 오히려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 이 본능은 스트레스를 주고, 다른 본능을 확대해 억제하기 힘들게 만들고, 분석적 사고를 가로막고, 너무 빨리 결심하도록 유혹하고, 충분한 고민을 거치지 않은 극적인 행동을 부추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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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비판적 사고는 내가 처한 상황을 올바로 바라보게 만들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는다. 저자는 평생에 걸쳐 세상을 위한 일을 하려 했기 때문에 경제 발전, 보건 등의 대단해 보이는 예시를 들었지만, 나는 소시민이기 때문에 뉴스를 보거나 피부과에 갈 때, 회사생활을 할 때 등 더 소소한 일상생활에 적용해볼 수 있겠다.

 

우리는 아이들에게 사실에 근거한 사고의 기본 틀을 가르치고, 사실과 경험을 바탕으로 생각하는 법을 훈련시켜야 한다. 그러면 주변 세계와 관련한 뉴스를 들어도 전후 맥락을 고려하고 언론, 활동가, 영업 사원이 과도하게 극적인 이야기로 극적 본능을 자극할 때에도 그 사실을 눈치챌 수 있다. 이런 기술은 많은 학교에서 이미 가르치는 비판적 사고의 일부이며, 다음 세대를 여러 가지 무지에서 보호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