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젝트가 서쪽으로 간 까닭은 (중간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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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에, 왜 중간 감상평이냐면, 내 성격상 책을 다 읽고나서 독후감을 쓰려고 하면 한권도 못쓸수도 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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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군상의 86가지 행동 패턴

이게 책의 부제목. 원문 제목은 Adrenaline Junkies and Template Zombies, Understanding Patterns of Project Behaviour. 눈길을 끌기엔 좋은 제목이다. 표지도 아주 잘어울린다.

 

 보통 소설에서 첫 문장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소설은 아니지만 이 책의 서문 첫 문장도 나름 흥미롭기에 소개한다.

 

"추상화는 인간에게 유일한 특성이다."

 

 말인즉슨, 어떠한 패턴 인식은 개나 쥐도 한다. 추상화는 본질을 인식하는 방법의 차이를 보인다. 같은 패턴을 계속해서 인지하게 되면 그것이 마음속에 비언어적인 이미지로 저장되어 가끔씩 예감이라는 형태로 튀어나온다. 추상화는 직관을 담당하는 우뇌와 논리를 담당하는 좌뇌가 일시적으로 연결되어 핵심적인 개념을 말로 바꾸었다. 이제 그 개념을 기록하고, 테스트를 만들어 검증하고, 남들과 공유하고, 통합할 수 있다.

 

 사람들이 보통 패턴 인식과 예감은 잘하는데 추상화는 못하길래, 저자들의 도합 150년 넘는 경험을 토대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즉 이 책은 프로젝트들에서 보여지는 여러 패턴들을 추상화 시켜서 그 개념들을 설명해주는 책이다. 2009년에 쓰여진 책인데, 10년이 넘은 지금 이 책을 읽는데 거의 대부분의 패턴이 공감이 간다. 인간은 역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나보다.

 

 요즘 이직 생각이 점점 커져서 그런지는 몰라도, 책을 읽을수록 다 우리 회사 이야기같고, 그것이 고쳐지기도 힘들거라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 이 책을 다 읽을때까지 내가 이 회사에 남아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그리고 기술이 얼마나 발전하든, 일정 수준 이상 커진 조직이 굴러가는 과정이 크게 변함이 없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 이렇게 급조된 거대한 조직은, 정말 어디까지 엉망진창이 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듯.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패턴들이지만, 개인적으로도 명심해두면 좋을만한 패턴들도 있었다. 좋은 팀을 만나려면 내가 먼저 좋은 팀원 혹은 좋은 관리자가 되어야만 하니 당연하다 할 수 있지만, 그 외에도 개인적으로 어떠한 인싸이트를 주는 구절들도 있었다. 

 

 패턴들 중 팀원들의 화합과 커뮤니케이션을 강조한 패턴들이 있는데, 대면 접촉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2009년이니 그럴만 하고, 또 그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다만 코로나와 언택트가 대세가 되어가는 요즘, 이러한 패턴들을 어떻게 가져올수 있을지는 새로운 고민이 될 듯하다. (역시 메타버스가 답인가?)

 

 책의 패턴들을 꼭 순서대로 읽을 필요는 없지만, 하나하나 짧기도 하고 읽을때마다 공감이 가니 일단 그냥 순서대로 읽고 있다. 이제 절반정도 읽은것 같다. 특히 인상깊게 본 패턴들, 책의 일부 본문들을 소개해보겠다.

인상깊은 패턴들

아드레날린 중독증

조직이 미친 듯이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생산성이 높은 증거라고 믿는다.

... 이런 문화는 필사적인 급박함을 효율적인 생산성이라 믿는다. 이렇듯 급박함을 장려하는 문화 속에서는 중독을 피하기 어렵다. 밤낮없이 일해서 터무니없이 짧은 일정을 간신히 맞춘 개발자가 영웅으로 부상한다. (그들이 내놓는 품질은 상관이 없다.)...

... 아드레날린 중독증에 걸린 조직 대다수에는 병목을 일으키는 요인이 하나 이상 존재한다. 모든 설계 결정을 내리는 영웅이나, 모든 요구사항을 결정하는 영웅이나, 모든 아키텍처 결정을 내리는 영웅이 바로 병목을 일으키는 요인이다. ...

 

 

관련통

프로젝트가 외견상 문제는 해결하나 근본 원인은 건드리지 않는다.

 관련통이란 통증을 유발한 원인과 통증을 느끼는 부위가 전혀 다른 통증을 가리킨다.

... 근본 원인이 아니라 관련통만 치료하는 일반적인 이유 중 하나가 조사를 꺼려서다. ...

... 예를 들어, 우리는 자신이 아는 기술에 비추어 문제를 바라본다. 그래서 자신이 아는 해법 중 가장 적합한 답안을 찾는다. ...

... 많은 문제는 근본 원인이 미묘하다. 아주 엉뚱한 곳에서 증상이 드러나는 문제도 흔하다. 하지만 진짜 원인, 즉 진짜 문제를 찾으려는 노력은 틀림없이 몇 배나 남는 장사다.

 

 

무드링 관리

관리자가 프로젝트 상태를 프로젝트가 직면한 문제, 위험, 결정사항으로 판악하지 않고, 팀이 보이는 열정, 노력, 활동으로 파악한다.

... 하지만 지나치게 낙관적이고 지나치게 감정적인 프로젝트 관리자는 두 가지 문제를 일으킨다. 첫째, 이런 식의 보고는 프로젝트 상태를 보고하는 근본적인 문제에 미달한다. 성공 확률을 최대한 높이려면 즉각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가정하자. 그런데 관리자가 이런 식으로 보고하면 요지가 흐려진다. ...(중략)... 두 번째 문제는 훨씬 더 치명적이다. 오직 현재 진행 중인 활동에만 관심을 기울이는 프로젝트 관리자는 대개 팀이 달성하려는 궁극적인 목표를 명확히 인지하지 못한다.  ... 

 

끝없는 장애물

끝없이 반대할 권리를 주는 바람에 어느 결정도 최종 결정으로 간주하지 못한다.

 ... 어째서 이런 패턴이 생겨날까? 끝없는 장애물 패턴은 너무도 흔해서 언뜻 보면 조직 문화에서 기인하지 않았을까 여겨진다. 하지만 진짜 원인은 팀 리더에게 있다. 결정에 반대하는 팀원은 팀 리더가 허용하는 한, 이의를 제기한다. 어느 시점에 이르러 선을 명확히 긋는 용기와 책임은 팀 리더에게 있다. ...

 ... 하지만 결정에는 반대가 따르기 마련이다. 해병대는 끝없는 장애물 패턴을 어떻게 극복할까? 그들은 일단 결정을 내리면 그대로 준수한다. 준수와 동의가 다르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사람들에게 동의하라고 강요해봤자다. ...(중략)... 정해진 행동을 따르며 반대하느라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 팀이 내린 결정을 인정하고 준수하는 윤리를 세울 책임은 관리자에게 있다.

 

영계와 노땅

(20 대) 영계가 많은 조직은 구닥다리 노땅으로 가득한 조직보다 훨씬 더 활기차다.

 

영화 평론가

영화 평론가 같은 프로젝트 팀원이나 관계자가 있다. 뭔가 잘못되었거나 잘못되어 간다는 사실을 지적하는 것만으로 스스로 프로젝트에 기여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그들이다. 그들은 잘못이라는 사실만 지적할 뿐 바로 잡으려는 의지가 없다.

 

 

책은 나쁜 패턴들만 말하는게 아니라, 다음과 같은 좋은 패턴들도 소개하고 있다.

 

한 놈만 팬다

프로젝트 업무마다 책임자가 한 명씩 명확히 존재한다. 모두 자신이 맡은 책임과 동료가 맡은 책임을 정확히 안다.

 

밀짚 인형

프로젝트 초반에 밀짚 인형 해법을 제시해 일찌감치 피드백과 의견을 구한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농담을 극복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해법이다.

고객은 직접 보기 전까지 자신이 원하는 바를 알지 못한다..... 보고 나서야 아니라고 말한다.

... 밀짚 인형 모델은 일종의 요구사항 미끼다.

... 사람들은 100% 주관식 질문을 싫어한다. 하지만 이미 존재하는 답은 쉽사리 비판한다.

... 밀짚 인형 기법은 처음에 자주 틀린 답을 내어서 가능한 빨리 옳은 답을 찾아내자는 철학에 기반한다.